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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윤의 야구 본색] 정우주? 정현우? 드래프트 '전체 1번' 노리는 BIG 5

2024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지난 22일 덕수고의 2년 연속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본격적인 고교야구 시즌이 시작하면서 올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영광을 누가 차지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 시점에선 5명의 투수 유망주가 물망에 오른다.1순위는 전주고 오른손 투수 정우주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5㎞/h, 초구부터 45구까지 평균 150㎞/h를 기록할 정도로 어깨가 강하다. 60구까지도 구속이 145㎞/h 이하로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수직 무브먼트가 좋을 때는 60㎝를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나면 공의 궤적이 덜 떨어져 타자 입장에선 공이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헛스윙 비율이 높아지고 정타가 나올 확률은 낮아진다.변화구의 일관성은 숙제다. 스플리터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구사하지만 경기마다 기복이 있다. 신세계 이마트배 결승에서도 덕수고 상대 5와 3분의 2이닝 5피안타(1피홈런) 5실점하며 고전했다. 결정구로 삼을 변화구 완성도를 높이는 게 과제다.덕수고 왼손 투수 정현우도 주목해 보자. 지난해보다 직구 구속이 향상돼 최고 152㎞/h 빠른 공을 던진다. 여기에 130㎞/h 초·중반대 슬라이더와 120㎞/h 후반대 체인지업, 120㎞/h 초반대 커브까지 투구 레퍼토리가 다채롭다. 구속이 조금씩 차이 나는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니 타자로선 현혹될 수밖에 없다. A 구단 스카우트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황준서(한화 이글스)와 정현우를 비교하기도 한다. 이 스카우트는 "황준서는 장충고 2학년 때가 가장 좋았다"며 "구속은 더 빠른 그때의 황준서 공을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우주와 정현우의 아성에 도전하는 선수는 덕수고 오른손 투수 김태형과 서울고 오른손 투수 김영우, 대구고 왼손 투수 배찬승이다. 김태형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0㎞/h인데 130㎞/h대 중후반대 슬라이더의 각이 날카롭다. 여기에 120㎞/h 중후반대 스플리터로 헛스윙을 유도한다.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 재활 치료 후 복귀한 김영우도 '복병'이다. 김영우는 최근 주말리그에서 156㎞/h의 강속구를 꽂아서 화제였다. 130㎞/h 초·중반대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예리하고 120㎞/h 초반대 너클 커브의 각도 크다. 다만 실전 경험이 부족해 제구가 흔들릴 때도 있다. 게다가 서울 목동구장에서 던진 게 아니라서 그의 최고 구속을 판단 유보하는 스카우트도 있다. B 구단 스카우트는 "목동구장에서 나온 구속은 프로에서 기록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학교 운동장이나 지방 구장에서 기록한 구속은 참조 자료로 가치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청소년 대표에 뽑혀 U-18 야구월드컵 일본전에서 호투를 펼친 배찬승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0㎞/h다. 60구까지는 평균 145㎞/h가 찍힐 정도로 스태미너가 준수하다. 여기에 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 체인지업, 스플리터, 커브 등 다채로운 변화구를 섞어 던진다. 신인 드래프트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 현재 평가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이른바 'BIG 5'에 도전하는 새로운 선수가 나올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요소다.야구 칼럼니스트정리=배중현 기자 2024.04.30 07:01
프로야구

[김종문 진심합심] 높은 스트라이크와 ABS와 시대정신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리던 2021년 8월 5일, 한국 야구대표팀은 미국과 패자 준결승을 치릅니다. 0-1로 뒤진 4회 초 2사 1루 박건우(현 NC 다이노스) 선수가 타석에 있습니다. 볼카운트 3볼-2스트라이크에서 삼진을 당합니다. 볼로 판단하고 1루 쪽으로 움직이던 그는 심판의 콜 이후 껑충 뛰며 당혹스러운 감정을 드러냅니다. 마지막 공은 높은 직구였습니다.3년이 지났습니다. 4월 26일 창원 NC-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박 선수는 1회 상대 투수 찰리 반즈의 공에 삼진을 당합니다. 올림픽 당시 그 공과 거의 흡사한 코스로, 이번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스트라이크를 판정했습니다. 박 선수는 손으로 높다는 제스처를 하며 물러납니다.박 선수의 두 차례 삼진 장면을 꺼낸 건 그의 실력이나 태도를 탓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박 선수는 현재 한국 프로야구 현역 통산 타율 1위(27일 기준 0.327)입니다. 이 정도 레벨의 선수는 확실한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그도 곤란을 겪은 2개의 하이 존(high zone) 스트라이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올림픽 때는 심판의 특성(또는 오심) 국가별 야구 특성(또는 수준차)에 삼진 이유와 해석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야구는 로컬 스포츠였습니다. 일례로 '아시아 홈런 신기록' 같은 표현을 할 때 각 리그의 경기 수와 특성이 다른데 같이 비교할 수 있냐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야구라는 스포츠가 글로벌 시장을 향해 성장하고, 축구 같은 다른 종목과 비교되면서 국제 경쟁력을 갖췄느냐는 생존의 문제가 됐습니다.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같은 국제 대회에 대한 비즈니스 차원의 수요는 더 늘 것입니다. 국제적인 흐름과 기준을 우리 야구도 따를 수밖에 없고, 높은 존 스트라이크와 컴퓨터 판정 역시 세계화 추세라고 하면 과언일까요. ABS에 의해 존재하지 않던 존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변화에 맞추는 과정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더구나 우리 야구는 국제대회 이후 "높은 스트라이크를 포함해 존을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 존은 너무 좁다"라며 매번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가요. 뒤이어 리그 사무국은 "존을 확대한다"는 발표를 하지만 시즌 초 잠시 넓어졌다가 순위 경쟁이 본격화 되면 예전으로 돌아가길 반복했습니다. 그것도 심판마다 달랐습니다. 경력이 짧은 심판일수록 스트라이크존이 '바늘구멍'이라는 볼멘소리가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과연 공정하고 일관된 것이었나요.기술적으로도 높은 스트라이크는 미국서 유행한 '발사각 혁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수년 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땅볼 유도 구종으로 한때 각광받던 투심(two seamer)이 홈런에 취약하다는 분석에 따라 투수들은 포심(four seamer)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던집니다. 타자 배트의 어퍼 스윙(upper swing) 궤적을 피하려는 전략입니다. 따라서 높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고, 잘 받아치는 것은 최신 야구의 일부입니다.무엇보다 야구를 보고 즐기고 돈을 내는 고객들의 진심은, 시대정신은 '공정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람 심판의 차이(또는 실수)를 인간적이라고 이해하던 시대가 저물고, 정밀하게 판정하는 컴퓨터 심판의 시대로 가는 것을 단지 "복잡한 기술" 중심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 역시 프런트로 일할 때 심판을 이해하려 했으면서 의심도 했습니다. 특정 심판이 주심을 맡은 특정 팀 경기에서 네 차례 연속으로 졌을 땐 더욱 그랬습니다. 모 심판이 경기 후 "(일부 콜을) 놓쳤다"라며 사과인지 변명인지 모를 말을 꺼냈을 땐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 그는 실수가 잦았을까요.하이 존 스트라이크와 ABS는 그 자체가 룰이지만 사람(심판과 선수)의 인지적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사람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거둘 기회이기도 합니다. 심판위원 대다수는 "우리도 스트레스를 덜었다"라고 말합니다. ABS에 대해 이런저런 이슈가 제기되지만 저는 그것이 일각의 주장처럼 진짜 논란인지는 의문입니다. 수정과 개선 가능한 문제로 리그 구성원들이 분별 있게 판단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누구에겐 좀 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이해합니다. 그러나 모호함이 명확함으로 대체됐고, 그 시간은 줄어들 겁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04.29 07:32
메이저리그

[IS 포커스] MLB에서도 이걸 보다니...이정후, 또 전매특허 '공중 부양' 스윙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지난 21일(한국시간) 홈구장(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소속팀 샌프란시스코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1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에이스 잭 갤런을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치며 시즌 2호포를 가동했고, 5-3으로 앞선 8회는 1사 2루에서 쐐기 좌전 2루타를 치며 추가 타점을 올렸다. 이정후는 지난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부터 이어진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11경기로 늘리며, 역대 '코리안 빅리거' 데뷔 시즌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애리조나 에이스이자 지난 시즌(2023)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3위에 오른 갤런을 상대로 친 홈런이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시즌 동안 갤런을 6번 상대했고, 4승을 내줬다. 이날은 5이닝 동안 5점을 뽑았다. 그동안 득점권에서 16타수 3안타(타율 0.188)에 그치며 다소 저조한 성적을 남겼지만, 이날은 추가 득점이 필요한 시점에 안타를 쳤다. 홈런, 연속 경기 안타 기록 연장, 득점권 적시타 만큼 눈길을 끈 건 이정후 특유의 신들린 콘택트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적시타를 친 8회 말, 이정후는 애리조나 불펜 투수 미구엘 카스트로와 승부했다. 카스트로는 싱커 구사율이 46.7%인 투수다. 이 구종 평균 구속은 95.3마일(153.4㎞/h). 이정후는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소속 시절 팀 선배이자 '커트(의도적으로 투수의 공을 파울로 만드는 타격) 달인' 이용규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 이후 3구째부터 5구 연속 파울을 만들었다. 특히 3구와 6구 그리고 7구째는 몸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로 들어간 공이었다. 이정후는 두 발이 지면에서 떨어질만큼 뒤로 물러나면서도 낮은 코스 공을 배트에 맞혔다. 카스트로의 7구째는 95마일(152.9㎞/h)이었다. 그리고 결국 9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국내 야구팬은 이날 이정후가 보여준 스윙이 낯설지 않다. 지난 2022년 6월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키움전이 그랬다.당시 이정후는 선두 타자로 나선 3회 말, 상대 선발 투수 임찬규와의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 승부에서 몸쪽 낮은 코스 142㎞/h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뒤로 물러나면서 몸이 뜬 상태로 스윙해 공을 맞혔다. 결과는 우전 안타. 일반적으로는 타자가 공에 맞을 것 같다고 판단했을 때 피하는 동작했던 것인데, 이정후는 배트를 내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든 것이다. 당시 방송 중계 해설위원과 캐스터는 묘기 같은 타격에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설명을 구하는 캐스터에게 "이건, 피하면서 치기가 아닐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타격 영상에 많은 누리꾼이 신박한 댓글을 달기도 했다. '투수는 어디에 던지라는 거냐'라는 문장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정후는 MLB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여줬다. 두 발이 지면에서 떨어진 높이와 뒤로 빠진 폭을 고려하면 이날(21일) 애리조나전 카스트로와의 승부가 더 컸다. 다른 점이 있다면, KBO리그에선 안타가 된 것, MLB에선 연속 커트로 투수를 흔들어 결국 자신의 스윙으로 안타를 만든 것이다. 현지 중계진도 이 장면을 보며 MLB에서만 통산 3089안타를 친 일본인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를 언급했다. 이미 이정후가 어린 시절부터 이치로를 우상으로 삼고, 같은 등번호(51번)까지 단 사연을 소개한 바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배트에 공을 맞히는 모습을 보며 MLB를 누빈 아시아 대표 타자를 소환한 것. 21일 애리조나전 이정후의 8회 타석은 홈런을 친 1회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정후는 22일 애리조나전에선 안타 없이 사구와 볼넷으로 2번 출루했다. 추신수(현 SSG 랜더스)와 김하성(샌디에이고)이 갖고 있는 한국인 최다 연속 경기(16) 도전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21일 8회 타석에서 이정후가 보여준 스윙을 보면, 신기록 달성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22 17:30
프로야구

[IS 스타] '첫 승+ERA 2.88' 켈리, 비결은 '스플리터+스위퍼'

"5년 동안 커브를 결정구로 삼아 먹고 살았다. 타자들이 다 알고 기다렸고, 그래서 타자의 시각을 다른 방법으로 교란시키고 싶었다."KBO리그 6년 차. 케이시 켈리(35·LG 트윈스)의 변신은 과연 통할까.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켈리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올 시즌 첫 승리를 챙겼다.눈에 띄는 건 구위다. 켈리는 지난해 10승(7패)은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3.83으로 전년(2022년 2.54) 대비 치솟았다. 153개였던 탈삼진도 129개로 줄었다. 지난해 통합 우승에 도전했던 만큼 그를 교체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여론까지 나왔다. 염경엽 감독은 그를 믿고, 대신 신 구종 장착에 도전하자고 켈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켈리는 한국시리즈(KS)에 두 차례 등판, 완벽한 호투로 통합 우승의 일등 공신으로 변신했다. 어렵게 보였던 재계약도 성공해 한국 생활 6년 차를 맞이했다.아직 시즌 초지만, 올해는 4월 기세가 나쁘지 않다. 3월만 해도 주춤했으나 4월 2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12일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켈리에게 그 비결을 묻자 구종을 들었다. 켈리는 "지난 시즌 KBO리그 온 후 가장 어려운 해를 보냈다"고 돌아보면서 "그래서 비시즌 동안 새로운 구종을 연마했다. 스위퍼를 익혔고, (KS를 앞두고 장착한) 스플리터도 더 가다듬었다"고 소개했다. 12일 경기에서 켈리의 투구 분석표에는 총 29구의 커브, 3구의 스플리터, 8구의 체인지업, 11구의 슬라이더, 7구의 커터(컷패스트볼)가 잡혔다. LG 구단은 이 구종들 중 슬라이더가 스위퍼라고 소개했다.KBO리그는 현재 스위퍼 천하다. 지난해 최우수선수(MVP)를 탄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스위퍼로 리그를 평정했다. 대체 외인으로 2년 연속 찾았지만 180도 달라진 성적으로 올해 3년 차 재계약에 성공한 브랜든 와델(두산 베어스) 역시 스위퍼에 가까운 횡슬라이더를 구사한다. KIA 타이거즈가 새로 영입해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 중인 제임스 네일의 무기도 역시 스위퍼다.켈리 역시 레퍼토리에 스위퍼를 넣었다고 했다. 다른 투수들과 달리 신무기 하나로 리그를 평정하는 게 목표는 아니다. 켈리는 "KBO리그에서 5년이나 뛰다 보니 타자들이 내 성향을 잘 안다. 타자들은 내가 뭘 던질지 어느 정도 계산을 하고 나온다. 그래서 새롭게 타자들을 요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를 위해 비시즌 동안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고 전했다.켈리는 "알다시피 내 결정구는 커브였다. 그걸로 5년 동안 먹고 살았다. 그러니 타자들도 아무래도 '켈리는 커브볼이지'라고 알고 들어온다. 그래서 타자의 시각을 다른 방법으로 교란시키고자 했다"며 "내가 생각했던 건 직구를 몸쪽에 심어놓고, 직구와 똑같은 궤적에서 움직이는 스위퍼를 던지는 것이었다. 스위퍼로 타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만 6년 차. 한국 야구는 이제 켈리의 직장을 넘어 삶 그 자체로 느껴졌다. 켈리에게 신입 디트릭 엔스(LG)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별 얘기는 안 한다. 어떤 곳이 맛집인지, 키즈 카페는 어디가 좋은지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그는 "엔스는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뛴 선수다. 투구에 대해서는 내가 이야기해줄 게 없다. 또 지금까지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야구 참 볼 만한 걸. 재밌네'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이룬 직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 올해지만 LG는 출발이 다소 더디다. 12일 승리로 9승 1무 8패. 5할 승률에서 겨우 +1을 맞췄다.하지만 켈리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야구라는 게 쉽지 않다. 실패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굉장히 높다"면서도 "우리 팀은 베테랑들, 경험 많은 선수들이 정말 많다. 이들이 해결책을 찾을 거고, 팀도 정상 궤도로 올라올 거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켈리는 "분명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야구를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열심히 하고 있고,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선수들이 이 어려움을 타개하고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낼 거로 믿는다"고 말했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12 22:11
프로야구

"페디보다 좋은 거 같다" 역대급 네일, 무적방패 ‘스위퍼’ [IS 피플]

'제2의 에릭 페디'라 불러도 손색없다.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31·KIA 타이거즈)이 그 주인공이다.네일은 시즌 첫 3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평균자책점이 0.47,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0.89로 수준급이다. 3경기 모두 기복 없는 모습으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지난 9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선 7이닝 무실점 쾌투로 팀의 연패를 끊어내기도 했다. 최근 2경기 13이닝 비자책 행진 중이다.네일의 주 무기는 횡 슬라이더의 일종인 스위퍼(Sweeper)이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네일은 투심 패스트볼(투심)과 슬라이더 비율이 전체 구종 대비 각각 33.8%와 30.1%로 높다. KIA 구단은 네일의 슬라이더를 스위퍼로 분류하는데 구종 피안타율이 0.086로 채 1할이 되지 않는다. 이강철 KT 감독은 "네일의 스위퍼가 페디보다 좋은 거 같다. 알고도 치기 힘들다"고 했다. 페디(현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지난해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이다.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역대 다섯 번째 '시즌 20승·200탈삼진'을 동시 달성했는데 그의 주무기가 바로 스위퍼였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좌우 움직임이 큰 스위퍼로 타자의 배트를 유인했다. 페디 이후 여러 투수가 스위퍼 그립을 잡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네일은 다르다.현장에선 "페디만큼 던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KBO리그 첫 3경기 등판 기록을 보면 네일과 페디는 큰 차이 없다. 오히려 네일이 앞서는 세부 지표도 꽤 있다.KIA 포수 김태군은 "(공의) 회전이 너무 좋다. 투심의 무브먼트가 좋으니까, 스위퍼가 더 부각되는 거 같다. (두 구종의 피치 터널도)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피치 터널은 투수가 공을 던진 순간부터 타자가 구종을 판단할 때까지의 구간을 일컫는다. 구종마다 투구 폼과 공의 초기 궤적이 비슷하다면 타자가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아진다. 제구가 흔들리면 위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네일은 현재 볼넷(74타자 상대)이 없다. 이범호 KIA 감독은 "네일은 KBO리그에 적합한 투수"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KIA는 지난 시즌 뒤 외국인 투수 2명(마리오 산체스·토마스 파노니)을 모두 바꿨다. 2021년 메이저리그(MLB) 풀타임 경력자 윌 크로우가 1선발로 평가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네일의 위력이 기대 이상이다. 크로우(3경기, 평균자책점 5.40)와 토종 에이스 양현종(3경기, 평균자책점 4.32)의 시즌 출발이 더딘 상황. KIA로선 네일의 활약이 더욱 반갑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11 00:01
프로야구

남다른 릴리스 포인트, '수직 투척 병기' 조병현 [IS 피플]

오른손 투수 조병현(22·SSG 랜더스)의 남다른 릴리스 포인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조병현은 올 시즌 프로야구에 떠오른 '라이징 스타'다. 8일 기준 6경기 평균자책점이 1.23이다. 피안타율이 0.045(22타수 1피안타),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0.55로 낮다. 이숭용 SSG 감독은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진다. 경쟁력 있다. 성장이 빠르다"고 칭찬했다.2021년 데뷔한 조병현은 그해 3경기 평균자책점 8.10을 기록했다. 상무 야구단에서 전역한 뒤 맞이한 첫 시즌, 확 달라진 성적 향상 비결로 릴리스 포인트가 꼽힌다. 프로필상 키가 1m82㎝로 KBO리그 평균(1m82.2㎝)보다 약간 작은데, 투구 시 손에서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가 키 대비 상당히 높다.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커브를 던질 때 조병현의 상하 릴리스 포인트 평균은 1m94.6㎝에 이른다. 조병현은 "지난해 상무 야구단 스프링캠프에서 상체를 조금 세워 캐치볼을 했는데 손에서 공이 살짝 눌리는 느낌이 있었다"며 "캐치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릴리스 포인트가 올라갔다. 투구할 때 편하다고 느껴 릴리스 포인트를 내리지 않았는데 구속이 그 전과 비교하면 4~5㎞/h 정도 빨라졌다"고 말했다.구속만 향상한 게 아니다. 투수가 던진 공은 물리적으로 떠오를 수 없다. 중력 때문에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 미트로 향하는데 공이 일반적인 궤적보다 덜 떨어지면 타자는 '공이 떠오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상하 무브먼트(vertical movement) 값이 클수록 '라이징 패스트볼(rising fastball)'에 가까운 효과를 볼 수 있다.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조병현은 릴리스 포인트 위치와 손목의 모양도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서있다. 그 덕분에 공의 회전축이 12시에서 6시 방향"이라며 "조병현의 세부 스탯을 찾아보니 패스트볼의 상하(수직) 무브먼트가 현재 KBO리그에서 1등이다. 이렇게 되면 타자들이 타격을 해도 공의 밑 부분을 치거나 헛스윙이 많아진다. 하이 패스트볼(높은 쪽 직구)이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배영수 SSG 투수 코치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제하에 "병현이는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 생소한 투수라서 타자들이 공략하기에 더 까다롭다"며 "릴리스 포인트가 높으면 그만큼 떨어지는 각도 크다. 타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가장 큰 '무기'는 내 공이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조병현의 시즌 직구 비율은 전체 구종 대비 70.1%(커브 15%)로 높다. 평균 146㎞/h를 상회하는 빠른 공으로 타자와 정면승부한다. 그는 "구속이 빨라지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긴 거 같다"며 "타자를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고 반겼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09 12:01
프로야구

"어디서 데려왔어요?" '2강 후보' KIA 향한 평가 바꾼 크로우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다. 지난해 6위로 포스트시즌(PS)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구단 평가가 확 달라진 배경엔 외국인 투수가 있다.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외국인 투수가 흔들리지 않고 자기 역할을 할 거 같다"며 KIA를 2강 후보로 꼽았다.오른손 투수 윌 크로우(30)에게 눈길이 쏠린다. 지난 1월 KIA와 계약한 크로우는 '현역 빅리거'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 2명(숀 앤더슨·아도니스 메디나)을 모두 중도 교체한 KIA는 겨우내 신중하게 옥석을 가렸다.해를 넘겨 크로우와 계약한 심재학 KIA 단장은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가 위력적인 선수"라며 "메이저리그(MLB)에서 풀타임 선발(2021년)로 활약한 만큼 경험이 풍부해 선발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다. 크로우는 지난 1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 4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시범경기여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 수 있지만 투구 내용이 꽤 인상적이었다. 아웃카운트 12개 중 뜬공이 단 하나도 없었다. 탈삼진 4개, 내야 땅볼 8개. 최원호 한화 감독은 "우리 (영입) 리스트에 없었는데 어디서 그런 선수를 데려왔냐"며 놀라워했다. 이어 "평균 구속이 150㎞/h대가 나온다. 거기다가 다양한 변화구까지 던지니까 타자들이 치기 쉽지 않겠더라. 처음 봤는데 깜짝 놀랐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크로우는 강속구 투수다. 한화전 직구 최고 구속이 154㎞/h(평균 152㎞/h)였다. 힘에만 의존하는 건 아니었다. 투심 패스트볼(투심)과 컷 패스트볼(커터),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다양하게 섞었다. 궤적에 따라 커터보다 싱커로 분류해야 하는 공도 눈에 띄었다.이범호 KIA 감독은 "스카우트팀이 열심히 잘 돌아다녀 준 덕분"이라며 "좋은 투수가 온 거 같다. 4개 이상의 구종을 충분히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들었는데 팔 스윙까지 빠르니까 타자를 현혹하는 게 조금 더 크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크로우의 연착륙 조건 중 하나는 스태미나다. 2021년 이후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뛰었다. 외국인 투수 의존도가 높은 KBO리그에선 최소 150이닝 이상을 책임져줘야 한다. A 구단 스카우트는 "최근 경력이 불펜에 집중돼 있어서 이 부분이 관건이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3.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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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포커스] 오른손 타자 기다려, 류현진 '필살기' 나간다

12년 만에 국내 복귀한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필살기'를 앞세워 오른손 타자 사냥에 나선다.류현진은 지난 26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두 번째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지난 22일 한화와 계약한 류현진은 이튿날 일본 캠프에 합류, 곧바로 불펜에서 공을 던졌다. 두 번째 불펜에선 투구 수를 45구에서 60구로 늘려 다양한 구종을 점검했는데 박승민 한화 투수 코치의 평가가 꽤 흥미로웠다.박승민 코치는 훈련을 모두 마친 뒤 "류현진 하면 체인지업은 워낙 좋은 공이긴 한데 커터(컷패스트볼)를 우타자 몸쪽 높은 코스에 던지는 모습이…국내 선수들은 잘 안 하는, 주문해도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연습인데 스스로 하는 걸 보니까 높은 수준의 투구를 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커터는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부분에서 횡으로 휘어 타자의 범타를 유도한다. 류현진 같은 왼손 투수가 던지는 커터는 오른손 타자 기준 몸쪽으로 향한다. 제구가 잘되지 않으면 자칫 몸에 맞는 공으로 연결될 수 있다.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투수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가운데 몰리면 장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반면 인하이(안쪽 높은 코스)에 제구되면 타자가 치기 어렵다"며 "타자로선 몸쪽으로 파고들어 오는 높은 쪽 공을 거의 보기 어렵다. 스트라이크존에 타고 들어오면 방망이 궤적으로 좋은 타구나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커터 같은) 빠른 계통의 변화구는 어렸을 때 주로 '낮게 던지는' 연습을 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류현진의 오른손 타자 몸쪽 높은 코스 커터가 다소 생소한 이유다.왼손 투수는 보통 오른손 타자에 약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KBO리그 홈런 상위 5명(노시환·최정·채은성·오스틴·양석환) 모두 오른손 타자였다. 류현진이 가장 상대하기 어려워하는 타자인 최정(SSG 랜더스)은 리그 대표 오른손 슬러거이기도 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정리하고 한화로 복귀한 류현진의 2024년 성적을 좌우할 주요 포인트 중 하나가 '우타자 승부'인 셈이다. MLB에서 가다듬은 커터가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흥미롭다. 원하는 대로 오른손 타자 몸쪽 상단에 꽂히면 한결 수월하게 연착륙할 전망이다. 수준급 제구를 갖췄는데 타자의 약점까지 파고들 수 있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류현진의 두 번째 불펜 피칭을 함께한 포수 이재원은 "완벽하게 로케이션 되고 컨트롤이 되니까 큰 문제 없는 거 같다"며 "(왼손 투수가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진짜 잘 안 던진다. 현진이는 미국에서 많이 던졌으니까, 본인이 원하는 로케이션이 있다. 한 번 얘기 들어보고 많이 던져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일본)=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2.2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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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양현종의 ABS 예상과 류현진의 72.6인치 커브

올 시즌 KBO리그에는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적용된다. 심판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기존 방식이 아니라 야구장에 설치된 전용 카메라로 볼과 스트라이크를 나눈다. 공의 위치와 궤적 등을 파악한 뒤 이어폰 등을 통해 결과가 전달되면 심판이 이를 듣고 그대로 판정하는 구조다.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시행 세칙에 따르면 홈플레이트 중간과 끝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27.64%가 적용된다. 키가 1m80㎝인 선수라면 상단은 101.43㎝, 하단은 49.75㎝, 1m90㎝는 상단과 하단이 각각 107.7㎝, 52.52㎝다. 좌우 기준은 홈 플레이트(43.18㎝)에서 좌우 2㎝ 확대 적용되며 어느 일부분이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로 선언된다.현장에선 홈 플레이트에서 움직임이 큰 변화구가 유리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포수의 포구 순간 낮게 떨어지더라도 ABS 스트라이크 기준 센서점만 통과하면 심판 손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 통산 168승을 기록 중인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가 가장 유리할 거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커브 던지는 횟수가 없었는데 커브 비율을 작년보다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다"며 "곽빈(두산 베어스)이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처럼 커브를 제2의 구종으로 던지는 투수들이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커브가 ABS 도입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부연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양현종의 지난 시즌 커브 구사율은 전체 구종 대비 2.5%였다. 커브의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에게 더욱 큰 관심이 쏠린다. ABS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한화와 계약, KBO리그 복귀를 선택한 류현진도 이제 ABS에 적응해야 한다. 커브 위력을 부쩍 향상했다는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류현진의 커브 비율은 전년 대비 3.9%포인트(p) 내린 17.1%였다. 비중은 약간 줄었으나 헛스윙 비율은 13.3%에서 35.2%로 크게 향상했다.커브를 최소 100구 이상 던진 MLB 투수 중 커브 수직 무브먼트(Vertical Movement)가 72.6인치(1m84.4㎝)로 1위였다. 백스핀(backspin·역회전)이 걸리는 패스트볼과 달리 커브는 톱스핀(topspin)의 영향을 받는다. 날아가면서 공이 가라앉는데 수직 무브먼트가 크다는 건 그만큼 정점과 낙점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ABS에 유리한 구종이 커브라면 류현진은 이에 최적화한 투수다. 최정상급 기량에 한 가지 무기가 더해지는 셈이다. 그는 "일단 통과하는 (스트라이크) 존을 먼저 파악해야 할 거 같다. 그 부분이 첫 번째"라며 "어느 정도 감이 잡히면 충분히 (ABS에) 적응하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스포츠1팀 2024.02.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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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컷과 체인지업 콤비…'저속' 신민혁의 생존법

신민혁(24·NC 다이노스)은 흥미로운 투수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신민혁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0.7㎞/h에 머문다. 힘껏 던져도 145㎞/h를 넘지 않는다. 구위형이 아니지만 만만하게 볼 투수도 아니다. 그는 2021년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웠고 올 시즌엔 3년 연속 11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신민혁은 부족한 구속을 체인지업으로 채운다. 체인지업은 오프 스피드 피치(Off-speed pitch) 중 하나. 직구처럼 오다가 아래로 살짝 가라앉는다. 신민혁은 직구나 체인지업 던질 때 팔 스윙이 똑같아 타자 입장에선 더욱 까다롭다. 특히 그의 체인지업 그립은 '서클'이다. 엄지와 검지를 맞대 원(서클)을 만들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공을 덮는다. 일반 체인지업보다 공의 움직임이 더 크다. 왼손 타자 기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 '왼손 타자 공략'에 효과적이다. 스트라이크존에서 공을 하나씩 넣고 빼면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다. 신민혁의 올 시즌 체인지업 비율은 41.1%에 이른다. 26.4%인 직구 비율을 크게 웃돈다. 자칫 투구 레퍼토리가 단조로울 수 있는데 컷 패스트볼(커터·27.4%)로 변주를 준다. 왼손 타자 기준 몸쪽으로 향하는 커터는 체인지업과 궤적이 다르다. 신민혁은 "체인지업이 왼쪽으로 휘면 커터는 반대다. (방향이 다르니) 체인지업 때문에 커터가 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지난해만 하더라도 커터가 아닌 투심 패스트볼(투심) 그립을 잡았다. '피치 터널'을 활용한 조합이었다. 피치 터널은 투수가 공을 던진 릴리스 포인트부터 타자가 구종을 판단할 때까지의 구간을 일컫는다. 투구 폼이 동일하고 공의 초기 궤적이 비슷하다면 피치 터널이 길어져 그만큼 타자가 반응할 시간이 짧아진다. 체인지업과 투심은 궤적이 비슷하지만, 구속이 다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뭐래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투심을 던졌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를 밑돌자 투심이 아닌 커터를 장착했다. 효과는 만점이다. 신민혁은 지난달 31일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 선발 등판, 6과 3분의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44㎞/h로 빠르지 않았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었다. 직구(15개)보다 더 많은 체인지업(35개)과 커터(28개)로 KT 타선을 무력화했다. 체인지업과 커터 레퍼토리를 뒷받침하는 건 '면도날 제구'다.PO 2차전 22타자를 상대하면서 내준 볼넷 단 1개.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김형준은 "변화구 컨트롤이 되니까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직구가 아닌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다"며 "컨트롤이 정말 좋기 때문에 타자들이 (공략하기) 쉽지 않을 거 같다. 던지라는 곳으로 잘 던져 (포수 입장에서) 편하다"고 말했다.체인지업과 커터 그리고 제구까지. 구속이 느린 신민혁의 남다른 '생존법'이다.스포츠1팀 기자 2023.11.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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